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도 ‘워케이션(Work + Vacation)’이라는 개념이 점점 주목받고 있습니다. 원격 근무가 확산되면서 많은 이들이 해외로 떠나 업무와 여행을 병행하는 삶을 실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디지털노마드 라이프를 경험한 한국인 3명의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IT 개발자, 마케터, 그리고 프리랜서 작가라는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의 경험은 워케이션의 현실과 가능성을 잘 보여줍니다.
IT 개발자 지훈: 치앙마이에서 찾은 집중과 여유
첫 번째 인터뷰이는 30대 중반 IT 개발자 지훈 씨입니다. 그는 대기업에서 원격 근무 제도가 도입된 후 과감히 태국 치앙마이로 워케이션을 떠났습니다. “치앙마이는 생활비가 저렴하고 인터넷 환경이 안정적이어서 디지털노마드들 사이에서 유명한 도시예요. 하루 숙소 비용이 20달러 내외였고, 코워킹스페이스도 월 100달러 수준으로 충분했죠.” 그의 하루 루틴은 매우 규칙적이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코워킹스페이스에서 프로젝트 코드를 작성했고, 오후에는 근처 카페에서 간단히 추가 작업을 한 뒤 저녁에는 도시를 산책하거나 현지인들과 교류했습니다. “서울에서는 늘 야근에 시달렸는데, 여기서는 업무 효율이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집중할 시간과 휴식할 시간이 명확히 구분되니까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시차 때문에 본사 회의가 새벽 1시에 열리기도 했습니다. 또 한국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실시간으로 하기 어려워 일정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경험이 개발자로서의 커리어와 삶 모두를 넓혀주었다”며 워케이션을 강력 추천했습니다.
마케터 수진: 발리에서 얻은 영감과 커뮤니티
두 번째 주인공은 20대 후반 마케터 수진 씨입니다. 그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프리랜서 마케터로 전향해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했습니다. 발리는 전 세계 노마드들의 성지로 불리며, 특히 우붓과 창구 지역에 많은 코워킹스페이스와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습니다. “발리에서는 단순히 일하는 공간을 넘어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어요.” 수진 씨는 오전에는 카페에서 마케팅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오후에는 코워킹스페이스에서 글로벌 클라이언트와 화상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저녁에는 요가 클래스나 비치에서의 네트워킹 이벤트에 참여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업무 강도는 한국에서보다 높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류 덕분에 지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영감을 얻고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죠.” 다만 발리의 인터넷 환경은 도심에 비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중요한 회의가 있을 때는 안정적인 와이파이가 있는 코워킹스페이스를 필수적으로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워케이션의 가장 큰 장점으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꼽으며,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성장을 발리에서 경험했다”고 전했습니다.
프리랜서 작가 민호: 리스본에서의 현실과 도전
세 번째 인터뷰이는 프리랜서 작가 민호 씨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다가 유럽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싶어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떠났습니다. 리스본은 최근 몇 년 사이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디지털노마드 도시 중 하나로, 온화한 날씨와 저렴한 생활비, 그리고 활발한 노마드 커뮤니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리스본은 카페 문화가 발달해 있어서, 글을 쓰기에 최적의 환경이었어요. 매일 아침 다른 카페를 찾아다니며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의 하루는 글쓰기와 자료 조사로 시작해, 오후에는 온라인 강의 제작이나 블로그 업데이트에 집중했습니다. 저녁에는 Meetup에서 주최하는 노마드 모임에 참여하거나, 현지 작가들과 교류하며 아이디어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민호 씨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유럽은 아시아보다 물가가 높아서 지출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특히 숙소 비용이 부담스러웠어요. 또 행정적인 절차가 까다로워 비자 문제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리스본에서의 경험이 작가로서의 시야를 넓혀주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주제와 시각을 얻었고, 다양한 독자층을 겨냥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의 도전은 단순한 워케이션이 아니라,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여정이었습니다.
한국인 3인의 워케이션 경험담은 각자의 배경과 직업에 따라 다른 색깔을 보여주었습니다. IT 개발자 지훈 씨는 치앙마이에서 집중과 효율을, 마케터 수진 씨는 발리에서 영감과 커뮤니티를, 작가 민호 씨는 리스본에서 현실적인 도전과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공통적으로 이들이 강조한 것은 ‘자유와 자기 관리의 균형’이었습니다. 워케이션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업무와 삶을 동시에 설계해야 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입니다. 철저한 준비와 자기 관리가 뒷받침된다면, 워케이션은 누구에게나 값진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